가끔 특별히 아픈 것도 아닌데,
몸과 마음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해야 할 일은 분명히 보이는데
이상하게 시작하기가 어렵고,
평소라면 금방 했을 일도 유난히 크게 느껴지죠.
잠을 못 잔 것도 아니고,
하루 종일 바빴던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에너지가 없지?” 싶은 날이 있습니다.
이런 상태는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것이라기보다,
몸과 마음이 보이지 않는 부담을 계속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사람은 큰일이 생겼을 때만 지치는 게 아닙니다.
사소한 걱정,
미뤄둔 일,
계속 신경 쓰이는 말,
해야 할 것 같은데 하지 못한 일들도
조금씩 에너지를 가져갑니다.
겉으로는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아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판단하고,
비교하고,
준비하고,
걱정하고 있었을 수 있어요.
그러니 몸은 가만히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피곤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쉬었지만 제대로 회복되지는 않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잠을 잤다고 해서 항상 완전히 쉰 것은 아닙니다.
자는 시간은 있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거나,
쉬는 동안에도 휴대폰을 계속 보며 자극을 받았다면
몸은 누워 있었어도 신경은 계속 깨어 있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음 날에도 어딘가 덜 충전된 느낌이 남습니다.
생활 리듬도 에너지에 영향을 줍니다.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거나,
물을 너무 적게 마셨거나,
햇빛을 거의 보지 못했거나,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았을 때도
에너지가 낮아진 듯 느껴질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은 하나만 보면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여러 개가 겹치면 생각보다 쉽게 컨디션을 흔듭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기운을 끌어올리려고 하기보다
먼저 지금 에너지가 낮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왜 이렇게 못 하지?”라고 몰아붙이면
남아 있던 힘도 더 빨리 줄어들 수 있습니다.
대신 오늘 할 일을 아주 작게 줄여보는 것이 좋아요.
물 한 잔 마시기,
창문 열기, 잠깐 걷기처럼
몸이 다시 시작 신호를 받을 수 있는 행동이면 충분합니다.
에너지가 없는 느낌은
나에게 더 열심히 하라고 말하는 신호가 아니라,
잠깐 부담을 낮춰보라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게으름이라고 단정하기보다
내가 요즘 무엇에 계속 힘을 쓰고 있었는지
조용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운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보다
새어나가는 곳을 줄일 때 조금씩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다짐이 아니라,
내 몸과 마음이 다시 움직일 수 있을 만큼
부담을 낮추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